센터 활동소식

‘어벤저스(Avengers)’를 꿈꾸는 ‘메이커스(Makers)'(19/12/04)

‘어벤저스(Avengers)’를 꿈꾸는 ‘메이커스(Makers)’

사회적경제로 하나 된 동대문구의 ‘장인’들, DDM 메이커 협동조합


흔히 ‘예술’이란 단어는 글, 그림, 영화, 음악 등을 통칭하는 오래된 개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예술이 지금과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된 기간은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겨우 수백 년에 불과하다. 예술을 의미하는 영단어 ‘Art’의 어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Art’는 라틴어 ‘ars’에서 유래되었고, ‘ars’는 고대 그리스어인 ‘techne’에서 유래되었는데, 이후 ‘techne’는 전문적인 기술이나 기능을 일컫는 단어인 ‘테크닉(technique)’이 되었다. 즉, 예술은 오랫동안 ‘기술’이었으며 예술가(artist)는 장인의 경지에 이른 기술자(technician)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래서인지 장인들과 예술가들은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작품의 완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쏟아 붓는 집중력,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긍지, 머릿속의 ‘청사진’을 현실화하는 능력 등이 그러한 공통점의 ‘밝은 면’이라면 사업적인 측면에서 서투르고, 자기세계에 천착하며, 단순한 사무업무(특히 행정 관련)에 쉽게 질리거나 적응이 어려운 모습 등은 ‘어두운 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밝은 면’을 더욱 빛내기 위해 ‘어두운 면’을 보완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장인들과 예술가들의 오랜 과제이다. 만일 이런 과제를 상생과 연대의 가치 하에 꼼꼼하게 설계해서 제공해주고, 서로 얼굴도 모른 채 바쁘게 살고 있었던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모일 장(場)을 마련해주겠다는 제안이 있다면 당사자들로서는 두 손 들고 환영할 것이다.


지난 4월, 동대문구 사회적경제 지원센터(이하 동사경센터)는 관내의 여러 생산자 ‧ 소상공인들에게 이런 제안을 건넸다. 이에 호응했던 사람들이 사회적경제의 영역으로 성큼 들어와 이전에는 그려보지 못했던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며, 야심찬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바로 그들, DDM 메이커 협동조합(이하 DDM 메이커)의 이야기를 전한다.


왼쪽부터 김홍구 기자, 한권 이사, 김근용 이사장, 김재희 이사 / 2019년 12월 4일, 드 간데메


메이커들의 만남, 메이커들의 목표


김홍구 기자(김): 오늘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세 분의 소개, 그리고 DDM 메이커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근용 이사장(용): 조합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김근용입니다. 저는 2013년부터 드론 사업을 시작했고, 2015년부터는 인천, 경기도, 대한상공회의소 등에서 관련된 교육프로그램의 운영과 공무원 연수교육을 해왔습니다. 저희 조합원들과는 동사경센터의 ‘동대문구 메이커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났어요. 각자 자기 사업장, 공방을 운영해오던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판매, 유통, 교육이나 강의 등을 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DDM 메이커를 결성했습니다.


한권 이사(한): DDM 메이커에서 캘리그라피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그와 관련된 교육을 담당하는 한권입니다. 저는 잇다마켓에서 조합원들과 처음 만났어요. 이사장님 말씀하신 대로, 집에서 ‘혼자’ 작업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물질적 ‧ 내면적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더 성장하고자 모인 조합입니다.


김재희 이사(희): 가죽 공예를 하고 있고, 이사를 맡고 있는 김재희입니다. 저도 잇다마켓에서 지금의 조합원들과 만났어요. 현재 저희 조합에는 가죽 공예, 캘리그라피, 드론과 3D 프린터, 자수, 그림, 뜨개질, 도자기, 목공예 등등 메이커 교육과 관련된 각종 분야의 종사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를테면 ‘메이커스 분야의 어벤저스’ 같은 거죠(웃음).


드 간데메에 전시된 DDM 메이커 조합원들의 제품


김: DDM 메이커는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무엇을 추구하기 위해 모인 조합인가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용: DDM 메이커는 개인의 힘만으로 풀기 힘든 판로 개척과 메이커 교육을 운영할 기회를 함께 창출하면서 조합원 각자의 이익을 더 키우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또 다른 목표는 동대문구 관내에서 메이커 교육과 그에 관련된 문화를 앞장서서 알리는 거예요. 특히 여러 가지 이유로 다양한 교육기회를 가지기 어려운 소외계층의 아동 ‧ 청소년들에게 메이커 교육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싶습니다.


희: 교육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말씀드리자면, 메이커 교육은 다른 어떤 교육보다도 빠르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정해진 시간 안에 어떤 물건을 스스로 완성하고 소유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결과물과 성취감을 함께 쌓아가다 보면 아이들의 진로에, 미래에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서는 미약하였으나 함께하면 창대하리라’


김: ‘어벤저스’를 예로 드신 것처럼, 조합 내에 정말 다양한 ‘캐릭터’들이 모여 있으시네요. 이런 분들이 조합을 결성하였다는 사실은 개인사업자로서 어떤 한계를 느끼셨기 때문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동사경센터와의 만남부터 조합의 결성에 이르는 동안 느끼셨을 여러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부탁드립니다.


한: 저는 중세 시대 풍의 특별한 영문 서체를 활용한 캘리그라피를 하고 있어요. 그동안 정부, 박물관 쪽의 일도 많이 했고, 영화에도 많이 쓰였죠. 그래서 올해에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나는 제법 유명하니까 잘 되지 않을까?’라는 거만한 생각도 했어요. 결과는 뭐…별로였죠(웃음). 그러다가 올해 4월 즈음 메이커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동사경센터를 알게 되었고, 잇다마켓에 참여하면서 DDM 메이커까지 오게 된 거예요. 그동안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고, 당연히 브랜딩은 점점 더 수월해졌어요.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그리고 조합과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 활동 반경이 훨씬 더 넓어진 덕분이죠.


희: 오랫동안 개인사업자의 판로는 오직 인터넷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말 장인정신으로 한 땀, 한 땀 제품을 만들었어도 그 가치를 제대로 알릴 방법이 없어 답답했죠. 하지만 동사경센터와 만나고, 메이커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을 받고, 같은 목표를 가진 조합원들과 함께 하게 되니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정보들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이제는 어떤 물건을 어떤 곳에서 판매하기 위해 어떻게 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도 확실해졌고요.


DDM 메이커의 한권 이사(左), 김근용 이사장(右)


용: 저는 2017년 즈음부터 메이커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자연스레 저희 사업장이 위치한 동대문구에서의 활동도 계획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메이커 교육 같은 새로운 형태의 창의교육이 필요하다”고 교육청에 가서 얘기했는데…그냥 잡상인 취급을 받았죠(웃음). 화도 나고 실망감도 커서 참 힘들었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그때, 동사경센터의 메이커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이 기회를 통해서 내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전하겠다는 기대감, 협동조합의 힘을 빌어서 내 목표를 이루겠다는 욕심이 컸습니다. 오랫동안 전문강사 겸 회사 대표로 활동하면서 모든 걸 혼자 해결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생긴 일종의 고정관념이었던 거예요. 이런 생각은 우리 조합원들이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면서 완전히 변했습니다. 저희는 어제(12월 3일) 열린 ‘동대문구 협치 한마당’의 시민정책 제안 부문에서 우수상을 탔어요. 이건 온전히 DDM 메이커라는 집단의 힘으로, 우리가 메이커 교육에 대해 가진 비전으로 거둔 성과입니다.


‘2019 동대문구 협치 한마당’에서 프리젠테이션 중인 김근용 대표


보람과 행복의 흔적들


김: DDM 메이커를 결성하신 이후 지금까지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보람이나 행복을 느끼셨던 일 등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한: 협동조합 정관을 만들었던 두어 달 정도의 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이전까지는 협동조합이 ‘그냥 잘 뭉쳐서 잘하면 되는 단체’라고만 뭉뚱그려서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합원의 자격’ 부분을 함께 모여 검토하다 보니 제가 협동조합이라는 체제에 대해 갖고 있었던 막연한 기대나 오해들을 하나하나 지울 수 있었어요. 협동조합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고 ‘협동’해야 하는지 그제야 알게 된 거죠. 앞으로 DDM 메이커는 더 많은 일들을 함께 하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작지 않은 사건 ‧ 사고와 부닥칠 거예요. 그때 우리가 힘들게, 정말 힘들게 정관을 만들면서 겪었던 여러 일들, 스토리들은 어떤 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을 재정비할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아요.


용: 한권 이사님 말씀처럼 정관 작성을 비롯한 여러 서류 작업을 함께 하면서, 그리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시간을 쌓아오면서 우리의 활동무대는 단지 동대문구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대한민국 전역에서 혁신교육의 주축이자 대명사가 될 수 있으리라는 비전을 갖게 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가 DDM 메이커로 하나가 될 수 없었다면 이런 비전을 공유하기는커녕 저 자신의 욕심에만 매달려 있었을 거예요.


희: 저는 10년 동안 경력이 단절된 주부로서 아이를 돌보며 살아왔어요. 인생에 대해서 딱히 큰 그림을 그리면서 살지도 않았고요. 그러다가 잇다마켓에 나가게 되고, 1기 메이커스 팀의 일원이 되고, 그 팀이 협동조합으로 발전해서 이렇게 이사까지 맡게 된 거예요. 만일 이 모든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도 아이 돌보고, 청소하고, 빨래하면서 살고 있었겠죠.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주부들이 두어 시간 만에 가죽 공예 제품 하나를 만들고 뛸 듯이 행복해하면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진 지식을 누군가에게 알려줬다는 데에서 정말 큰 보람을 느껴요. 이런 자리에 나와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너무 기쁘고요(웃음). 무엇보다도 이 모든 시간들 속에서 제가 점점 더 자라고 있다는 게 행복해요.


DDM 메이커의 김재희 이사


메이커 협동조합의 ‘귀감’이 될 그날까지


김: 앞으로 DDM 메이커에서 진행하실 일들과 그에 대한 기대, 포부 등을 말씀해주세요.


용: 우선 첫 걸음은 동대문구 관내 초 ‧ 중 ‧ 고등학교의 방과 후 수업, 자유학기제, 방학 특강, 동아리 활동 등 작은 교육들부터 해나가는 겁니다. 이를 통해서 조합원들의 강의 기술, 교육역량을 먼저 강화한 다음 전국 단위로 확대해나갈 계획이죠. 때가 되면 소외계층,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활동도 함께 하면서 혁신교육 ‧ 메이커 교육의 대표 주자가 되어나가는 게 저희의 목적입니다.


희: DDM 메이커를 함께 시작한 조합원들과 계속 같이 가기를 바라고, 점점 더 많은 메이커들이 우리 조합에 합류하기를 원해요. 어벤저스도 여러 멤버들을 만나면서 팀이 커진 것처럼(웃음) 우리 조합도 그런 과정을 통해 더욱더 단단해질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는 전국 어디를 가도 DDM 메이커라는 브랜드를 알 수 있을 만큼, DDM 메이커는 혁신교육의 선두주자라고 인식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고 싶어요.


한: 저는 사실 저희가 동사경 드 간데메 첫 번째 조합이라는 데에 약간 부담감을 느껴요(웃음). 동사경센터, 드 간데메에서 저희를 정말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정말 좋은 결과물’을 선보이고 싶어요. 그저 물질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의 봉사처럼 그동안 저희가 받은 관심, 애정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그런 결과물이요. 그래서 DDM 메이커의 모든 행보가 후발주자들에게 좋은 참고사례가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왼쪽부터 한권 이사, 김근용 이사장, 김재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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