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19/11/27)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제리백, 드림스폰, 해피쿱투어의 협업 이야기


요즘 ‘창업’만큼 뜨거운 또 하나의 키워드는 ‘협업’이다. 이를 주제로 한 포럼이나 네트워킹 행사를 비롯해 영리‧비영리 조직 간의 교류도 활발하다. 지난 50여 년 동안 산업‧경제구조의 격변 속에 빠르게 쇠퇴했던 품앗이 문화가 ‘21세기 버전’으로 옷을 갈아입은 듯한 광경이다.


협업은 특히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1+1=2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 오직 이윤의 극대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표면적인 협력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의 달성과 조직의 성장을 함께 추구한다는 점에서 상호간의 연대감과 ‘동지의식’을 기반으로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동대문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동사경센터)에서 시동을 건 제리백, 드림스폰, 해피쿱투어의 협업 프로젝트인 ‘우간다 가치 여행’은 이상적인 품앗이 사례로 자리매김하기에 손색이 없다.


(왼쪽부터 박중열 제리백 대표, 안성규 드림스폰 대표, 정유진 해피쿱투어 대표, 김홍구 기자

/ 2019년 11월 27일, 동사경센터 미팅룸)


김홍구 기자(김): 세 분 대표님을 한 자리에서 뵙는 건 처음이네요. 먼저 간략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유진 대표(정): 해피쿱투어 협동조합 이사장 겸 사업대표인 정유진입니다. 저희 회사는 협동조합이나 예비 사회적기업 등의 연수, ‘가치 여행’이라는 타이틀의 여행 상품을 운영하는 중이며, 최근에는 배리어 프리 투어나 마을 투어 등에 관심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안성규 대표(안): 장학금의 모든 것, 드림스폰 대표 안성규입니다. 드림스폰은 국내의 모든 장학금을 모아서 손쉽게 요약하고 제공하는 장학금 정보 플랫폼이고, 기부자들과 함께 새로운 장학금을 만들어내는 장학금 제조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박중열 대표(박): 글로벌 소셜 브랜드, 제리백! 하나 사면 하나가 우간다 아동들에게 갑니다. 저는 가방 만드는 제리백의 박중열입니다.


정: 멘트가 무슨 기계처럼 자동으로 나오네(웃음).


안: 역시 발표 5천 회를 해본 사람은…


정: 한 번 더 똑같이 얘기할 수 있지 않나?


박: 자면서도 할 수 있어요(웃음).


3자 협업 프로젝트 ‘우간다 가치 여행’


김: 기대 이상으로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첫 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제리백의 ‘제리백 원정대’를 해피쿱투어에서 가치 여행 상품으로 만들고, 드림스폰이 장학 플랫폼을 활용해서 홍보 및 모객을 담당하는 3자 협업이 이번 ‘우간다 가치 여행’ 프로젝트의 핵심내용입니다. 어떤 계기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나요?


박: 올해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제리백 원정대’는 우간다를 직접 여행하고 경험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일반 소비자분들은 우간다 현지에서의 경험을 통해 저희의 사업을 보다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이를 통해 저희는 팬덤(fandom)을 더 키우자는 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정: 저는 제리백 원정대를 보면서 해피쿱투어가 추구하는 여러 가치들과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협업 모델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행 장학금’을 만들어온 드림스폰과도 함께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할 것 같아서 함께 해보자고 제안을 한 거죠.


안: 그동안 드림스폰은 ‘나의 첫 배낭여행 장학금’, ‘사회적 여행 장학금’ 등 다양한 여행 장학금을 꾸준히 만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제리백, 해피쿱투어의 대표님 두 분과 함께 우간다를 무대로 한 가치 여행의 상징성을 가진 여행 장학금도 기획하게 됐어요. 논의가 진행되다 보니 자연스레 함께 하고 싶어졌고요.


아프리카에서 물 나르기


김: 프로젝트의 구심점은 제리백 원정대로군요. 이 원정대 프로그램에 대해 보다 더 자세한 설명을 박 대표님께 듣고 싶습니다.


박: 저희의 콘텐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아프리카, 그리고 물 나르기죠. 하지만 아프리카는 우리나라에서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정말 멀다고 느껴지는 지역이에요. 그리고 물 나르기는 도시에 사는 젊은 사람들이라면 거의 경험한 적 없는 일이고요. 아마 정 대표님은 어릴 적에 해보셨겠지만…아, 그래서 우리 콘텐츠에 관심이 많으신가? 본인 경험이 분명히 있으니까.


정: 산에서 살았던 옛날 생각이 아련히 나네요(웃음).


박: 그동안 이런 생각을 했어요. ‘왜 우리가 해온 일들에 비해서 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할까?’ 결론은 방금 얘기한 것처럼 한국의 현재, 한국인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없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자연스레 ‘사람들을 우간다로 데리고 가자!’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원정대가 시작됐습니다. 올해로 3년째 이어오는 중이고, 참여자 만족도는 굉장히 높아요. 지역민들과 만나서 교류하고, 저희가 준비하는 기부 가방도 나눠주고, 사파리 투어도 하면서 자기 인생에 없을 것 같았던 아프리카 여행의 경험과 추억을 만들게 되니까요. (안 대표를 가리키며) 젊은 사람들, (정 대표를 가리키며) 어르신들 모두 좋아합니다.


안: 물을 나른 경험이 있으신 어르신(웃음).


가치 확장의 고민, 함께 풀어가기


김: 지금까지 해피쿱투어의 여행 상품들 중에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상품은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도전이신 것 같은데, 해피쿱투어의 입장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정: 아프리카, 그 중에서 우간다가 선택된 이유는 간단하죠. 저희는 제리백과 생각도, 공간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그동안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갖고 있는 가치를 해피쿱투어가 조금 더 확장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이것저것 궁리해봤는데, 이게 저희만의 생각이나 방법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그래서 해피쿱투어만의 방식과 노하우로 다른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지원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마침 제리백이 우간다 현지에 확실한 인프라를 갖고 있어서 이번에는 제리백이 운영해온 기존의 여행 코스를 그대로 반영했어요. 그리고 제가 이번 원정대에 동행하면서 여행으로서의 가치, 여행 프로그램으로서의 상품성 등이 조정‧발전될 수 있는 여지를 살펴볼 겁니다. 여행 자체에 재미가 없다면 아무리 가치를 얻는다고 해도 사업의 지속가능성이나 상품성이 보장될 수는 없으니까요.


박: 사실 정 대표님이 “지금 참여비는 마진을 남길 수 없는 금액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왜냐면 저희는 원정대를 수익사업으로 여기지 않았고, 추가비용이 발생하면 저희가 부담하기도 했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저희는 원정대가 상품성을 가지려면 적정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어느 코스가 빠져도 되는지를 확인해야 됐어요. 이 사업이 지속되려면 수익구조가 확실해야 되니까요.


김: 즉, 이번 프로젝트는 1회로 끝나는 작업(task)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어가실 사업의 첫 걸음이네요. 그럼 지금까지 진행된,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될 협업에서 드림스폰은 어떤 역할과 가치를 지향하시나요?


안: 저희는 자체 플랫폼을 통한 홍보 업무에 주력합니다. 제리백 원정대의 여행과 관련된 여러 업무들은 해피쿱투어에서 관리하고, 저희는 이 사업에 동참하실 분들이 더 많아지도록 돕는 거죠. 홍보는 저희가 잘하는 부분이니까요. 우간다 가치 여행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저희는 여기에 한두 명의 장학생이라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왼쪽부터)박중열 제리백 대표, 안성규 드림스폰 대표, 정유진 해피쿱투어 대표


협업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필요


김: 향후 사회적경제 조직들 간의 협업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까요?


정: 무엇보다도 여기 동사경센터처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겠죠. 그래야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리고 시(市)가 되었든, 관(官)이 되었든 협업에 관련된 지원 사업들이 더 있었으면 좋겠고, 그런 지원을 끌어내거나 담당해줄 수 있는 조직들이 생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확장하는 건 기업의 몫이긴 하지만, 어떤 사업을 기획할 때에 항상 첫 걸음을 내딛을 때가 제일 힘들거든요.


박: 어떤 협업 프로젝트이든 활발하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려면 함께 하는 회사들이 분명한 이익을 가져갈 수 있어야 돼요. 그런 이익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에게 사업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꾸준함과 끈기가 있어야 되고요.


안: 기업의 꾸준함만큼 외부에서의 꾸준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모든 기업들은 초기에 출혈을 감수하기 때문에 사회적경제의 관점, 차원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가치가 있다면 그에 맞는 물질적 지원도 마땅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좋은 협업 모델 기대


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나 포부 등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박: 저는 그동안 현장을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을 쭉 봐왔는데, 출발할 때와 돌아올 때가 완전히 달라요. 사실 출발할 때에는 하나 같이 일종의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질병, 난민, 기아 등등 그동안 대중매체를 통해서 보아온 아프리카의 이미지에 대한 두려움이에요. 그동안 저희 원정대에 참여하셨던 분들은 그런 선입견을 지워버리셨죠.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기업 스폰서 확보 등의 방식으로 참여자 부담금도 더 줄이고, 진입장벽도 더 낮춰서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정: 현지 정보와 인프라를 가진 제리백, 홍보의 채널을 가진 드림스폰, 그리고 가치 여행을 추구하는 해피쿱투어가 각자의 캐릭터를 하나로 합쳐 시너지를 낸다는 점에서 저희의 이번 프로젝트가 협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시도하려는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갖고 있어요.


안: 그런데 사실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가려면 저도 직접 가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첫 번째 장학생으로 저도 괜찮지 않나…


정: (폭소) 셀프 장학금이야?


박: ‘#나를_위한_선물’ 뭐 이런 거?(웃음)


안: 셋이 공감대가 있어야죠. 같은 걸 보고, 같은 걸 느끼면서. 이렇게 기대가 충족되면 포부도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요?(웃음)


시작부터 끝까지 웃음이 멈추지 않았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문득 『삼총사』의 유명한 구절이 떠올랐다.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One for all, All for one).”


동사경센터에서 같은 공간, 같은 생각을 공유해온 ‘삼총사’의 협업이 국내의, 더 나아가 세계의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들에서 면밀히 참고할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로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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