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를 튼 두 사람의 이야기②동대문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최근영 센터장(19/11/20)

공간, 관계, 제도의 복원을 향해 뚜벅뚜벅

동대문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최근영 센터장



최근영 동사경 센터장(左), 김홍구 기자(右) / 2019년 11월 20일, 동사경 센터 미팅룸



최근영 센터장은 협동조합기본법의 통과와 함께 ’뭔가 재밌는 일을 해볼 수 있겠다‘고 직감했다. 사람들이 ’협동‘해서 모임을 만들고, 생각을 나누고, 함께 걸어가는 일이 법에 근거를 두고 지원과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최근영 센터장은 동대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서울지역 협동조합 조직사업, 동대문구 사회적경제생태계사업단 등을 이끌었으며, 현재에는 동대문구 사 회적경제 지원센터(이하 ‘동사경 센터’)의 리더로서 동대문구 사회적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궁리하고 있다.


제도적, 공간적 인프라 구축에 주력


“그동안 주력했던 최대의 과제는 제도적 ‧ 공간적 인프라의 구축이었습니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선진적인 내용들을 담은 조례를 만들었고, 공간적 차원에서 인프라의 핵(core)이 될 센터를 만들었죠. 질적 성장은 양적 성장을 어느 정도 이룬 상태에서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적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양적으로 많아지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던 거죠.”


’이윤의 극대화‘라는 표어로 명료하게 정의되는 주류경제학에 비하면 아직 사회적경제의 인식 과 저변은 생소하게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합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영 센터장은 사회적경제의 개념과 지향점이 대중에 더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적경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해왔다.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의 질서가 당연시되는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를 조금씩 걷어내며, 그 자리에 연대와 상생이라는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채우기 위한 전환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드 간데메’로 시작한 소규모 ‘아지트’ 만들기


인터뷰 당일, 센터 1층의 ’드 간데메‘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시간을 보내던 중에 필자는 흥미로운 광경을 보았다. 한편에서는 ’원데이 클래스‘ 강의가 진행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할머니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모습이었다. 이를 통해 동사경 센터는 사회적경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닫힌 공간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수다방으로도 활용되는 열린 공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사경 센터라는 큰 공간을 만든 다음에는 공방처럼 자그마한 공간들을 여러 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IMF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공공과 공익을 위한 인프라들이 거의 다 소멸됐어요. ’드 간데메‘는 그렇게 사라져버린 공간들을 되찾자는 목적으로 탄생했어요. ’드 장안동‘, ’드 이문동‘ 등으로 동대문구 전역에 확산되어나가길 바라고 있죠. 앞으로 사람들의 생활권은 자신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점점 더 미시화 될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환경에 맞는 사회적경제 모델과 교두보, 아지트가 필요합니다. 전농동 래미안 아름숲처럼 자본주의의 ’총아‘인 아파트에서도 그러한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고요.”


그동안 동사경 센터가 주최한 교육, 드 간데메와 같은 소소한 공간, 잇다마켓 같은 대규모 행사 등을 통해서 최근영 센터장은 사회적경제라는 ’브랜드‘를 동대문구 지역사회에 지속적으로 소개해왔다. 이제 동대문구 내에서는 사회적경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행보가 이상하게, 어색하게 여겨지지 않는 수준까지 왔다고 자평하며, 최근영 센터장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출발선이 가까워졌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걸어온,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동대문구 사회적경제의 방향과 그 걸음에 담길 철학은 명백했다.


”동사경 센터장으로서, 동대문구 협치회의 공동의장으로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거대자본에 속절없이 빼앗겨온 공공의 공간, 정치적 ‧ 행정적 문제로 갈라져버린 사람들 사이의 관계, 같은 뜻을 가진 시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제도와 정책 등을 복구하는 것에 힘을 쏟고 싶습니다.”


샘이 모여 강을, 강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아침과 저녁에는 입김이 나오고, 한낮에도 쌀쌀한 바람이 피부에 닿는다.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왔고(winter is coming!), 몇 주 뒤에는 2020년이 시작된다. 우리는 어느새 21세기의 1/5을 살아온 것이다.

어릴 적에는 2020년이 되면 하늘에 자동차들이 날아다니고, 어느 가정집에나 ‘로봇 비서’ 하나쯤은 있을 것 같았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처럼 우주를 배경으로 한 모험극이 펼쳐질 세상은 아니어도 2019년을 배경으로 한 <블레이드 러너>(1982)처럼 암울한 세계가 오지는 않으리라 희망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도 불평등, 불합리, 불공평의 늪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특히 빈부격차의 수준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악화일로에 있으며, 그 중에서도 한국의 상황은 매우 심각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관련조사에 따르면, 2017년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이 벌어들인 노동 ‧ 사업 ‧ 금융 분야 소득의 총합금액은 약 80조 4천 억 원이었다. 그런데 이 중에서 50.6%의 소득을 상위 10%의 집단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15% 이상의 소득을 최상위 1%가 독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자와 빈자(貧者) 사이의 격차는 물론 부자와 부자 사이의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사회적경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종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시대적 ‧ 사회적 책무와 기대가 주어진 것이 아닐까. 거대권력이나 자본의 일부가 되어 종사하기보다 스스로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이들. 공동체의 복원,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 연대를 통한 사회적 문제의 해결 등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 각자가 자신만의 물길을 만들어 흐르면서 어디선가 새로운 물길로 하나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지금 여기, 동대문구에 흐르는 강물이 언젠가 새로운 바다를 만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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