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비를 맞아줄 수 있는 동료가 되어주길”
동대문구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재남 이사장
필자는 자타공인 동대문구 토박이다. 태어난 곳도, 지금까지 살고 있는 곳도, 단골 카페나 헬스클럽도 모두 동대문구에 있다. 돈 따라, 부동산 따라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는 게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세태라고 한다면 일종의 ‘이단아’로서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은 동대문구에 대한 애착이나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다. 특히 대학 생활을 했던 지역인 성동구가 지난 수년 동안 사회적경제의 ‘메카’처럼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왜 동대문구는 ‘고인 물’처럼 잠잠한 건지, 언제까지 ‘서울 변두리의 낙후된 지역’으로 남아있을 것인지 투덜거리기만 했었다.
이처럼 편협했던 생각과 불만은 작년에 동대문구 사회적경제 지원센터(이하 ‘동사경 센터’)와 인연을 맺고 나서 사라졌다. 동대문구에는 이미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이 있었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 12월에 열린 ‘동대문구 사회적경제 한마당’이 성황을 이루던 광경은 동대문구 토박이로서 ‘내 고향’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절로 기대감을 갖게 된 계기였던 동시에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사람들은 누구일까?’라는 호기심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변화는 물길을 만들어 흐르게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물꼬를 터줘야 하는데, 그런 일에는 누구보다 굳은 신념과 용기가 필요하다. 바로 그 ‘물꼬를 튼’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먼저, ‘동대문구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이하 ‘동사경넷’)‘의 이재남 이사장이다.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의 ’동대문구 사회적경제공동체‘ 만들기

이재남 동사경넷 이사장(左), 김홍구 기자(右) / 2019년 11월 20일, 삶터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실
동사경넷은 지난 2016년 7월 1일에 ’동대문지역협동조합협의회‘와 사회적기업, 신협, 생협 등이 모여 설립된 단체이다. 자주 ‧ 자립 ‧ 자조의 협동조합 정신, 구성원들의 사회적 안정과 번영, 그리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9년 1월 기준 42곳의 기업 및 단체가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다. 2017년부터 동대문구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사회적경제 통합지원, 청년외식창업인큐베이팅 등 다양한 공동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경제적 ‧ 사회적 상황 개선 및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적 ‧ 사회적 약자들의 ’동대문구 사회적경제공동체‘ 만들기에 힘써왔다.
“동대문구의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함께 모여서 일할 수 있는 접점, 연대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부터 동사경넷이 시작됐습니다.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정보를 빠르게 입수하고, 그것을 공유하면서 개별조직의 사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집단을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동대문구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와 동사경 센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일이 가장 큰 성과이고, 사회적경제 지원기금을 조성할 논의구조와 그에 관련된 부칙을 확립하는 것이 앞으로 주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모이면 튼튼한 ‘대나무 숲’에 대한 믿음으로
이재남 이사장은 2013년 즈음에 ’교통의 요지‘라는 점에 매료되어 동대문구로의 이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동사경넷을 통해서 동대문구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에게 ’사통팔달‘의 교통 인프라를 만들어온 셈이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현재의 동사경넷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경제 소모임들,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공간인 ’드 간데메‘ 등 새로운 발전과 성장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존재했지만, 이재남 이사장은 ’대나무 숲‘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뚜벅뚜벅 걸어왔다.
“사회적경제라는 영역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만큼이나 공공과 공익, 그에 연결된 가치를 실천하는 것에 주력하는 영역입니다. 따라서 더 많은 조직들이 함께 할수록 더욱 강력한 유대감과 동지의식을 공유할 수 있어요. 아무리 유연한 대나무라도 한 그루밖에 없으면 센 바람에 그냥 날아가 버립니다. 하지만 여러 나무들이 한 데 모여서 숲을 이루면 폭풍이 와도 잠깐 흔들릴 뿐, 뿌리가 뽑히지는 않죠. 작은 나무들, 이제 막 줄기가 자라기 시작한 나무들일수록 함께 모여야 서로를 지탱하고 의지하면서 더 잘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 사이‘
동사경넷은 동대문구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모여서 함께 만들어가는 단체인 동시에 교류와 소통의 장이다. 큰 나무 한 그루 키우겠다고 ’밀어주는‘ 투자자들의 조직이 아니라 ’여기 모인 우리 모두 다 함께 잘 되자‘라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중심에 둔 조직이다. 이 맥락에서의 상부상조란 단지 사업적 ‧ 물질적 차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대외적인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 서로 힘들어 할 때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 사이‘를 만드는 것 또한 아우르는 개념이다.
“누구나 한 자리에서 10년쯤 일을 하면 문득 스스로에게 의구심이 들 때가 있기 마련이죠.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 작지 않은 회의감이 들면서 힘들어질 때가 찾아옵니다. 갑자기 세찬 비가 쏟아지는 거죠. 그럴 때에 우산을 씌워줄 동료가 있는 것도 좋지만, 곁에서 함께 비를 맞으며 묵묵히 걸어주는 동료만 있어도 아주 큰 위안이 돼요. 동사경 센터가 생기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동료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만나게 된 것 같아 뿌듯하고, 최근영 동대문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의 추진력을 뒷받침해준 배경이 되었던 것도 기쁜 일이죠. 우리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을 사람들이 힘들지 않게 일할 수 있는 탄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겁니다.”
“함께 비를 맞아줄 수 있는 동료가 되어주길”
동대문구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재남 이사장
필자는 자타공인 동대문구 토박이다. 태어난 곳도, 지금까지 살고 있는 곳도, 단골 카페나 헬스클럽도 모두 동대문구에 있다. 돈 따라, 부동산 따라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는 게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세태라고 한다면 일종의 ‘이단아’로서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은 동대문구에 대한 애착이나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다. 특히 대학 생활을 했던 지역인 성동구가 지난 수년 동안 사회적경제의 ‘메카’처럼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왜 동대문구는 ‘고인 물’처럼 잠잠한 건지, 언제까지 ‘서울 변두리의 낙후된 지역’으로 남아있을 것인지 투덜거리기만 했었다.
이처럼 편협했던 생각과 불만은 작년에 동대문구 사회적경제 지원센터(이하 ‘동사경 센터’)와 인연을 맺고 나서 사라졌다. 동대문구에는 이미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이 있었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 12월에 열린 ‘동대문구 사회적경제 한마당’이 성황을 이루던 광경은 동대문구 토박이로서 ‘내 고향’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절로 기대감을 갖게 된 계기였던 동시에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사람들은 누구일까?’라는 호기심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변화는 물길을 만들어 흐르게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물꼬를 터줘야 하는데, 그런 일에는 누구보다 굳은 신념과 용기가 필요하다. 바로 그 ‘물꼬를 튼’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먼저, ‘동대문구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이하 ‘동사경넷’)‘의 이재남 이사장이다.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의 ’동대문구 사회적경제공동체‘ 만들기
이재남 동사경넷 이사장(左), 김홍구 기자(右) / 2019년 11월 20일, 삶터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실
동사경넷은 지난 2016년 7월 1일에 ’동대문지역협동조합협의회‘와 사회적기업, 신협, 생협 등이 모여 설립된 단체이다. 자주 ‧ 자립 ‧ 자조의 협동조합 정신, 구성원들의 사회적 안정과 번영, 그리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9년 1월 기준 42곳의 기업 및 단체가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다. 2017년부터 동대문구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사회적경제 통합지원, 청년외식창업인큐베이팅 등 다양한 공동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경제적 ‧ 사회적 상황 개선 및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적 ‧ 사회적 약자들의 ’동대문구 사회적경제공동체‘ 만들기에 힘써왔다.
“동대문구의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함께 모여서 일할 수 있는 접점, 연대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부터 동사경넷이 시작됐습니다.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정보를 빠르게 입수하고, 그것을 공유하면서 개별조직의 사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집단을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동대문구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와 동사경 센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일이 가장 큰 성과이고, 사회적경제 지원기금을 조성할 논의구조와 그에 관련된 부칙을 확립하는 것이 앞으로 주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모이면 튼튼한 ‘대나무 숲’에 대한 믿음으로
이재남 이사장은 2013년 즈음에 ’교통의 요지‘라는 점에 매료되어 동대문구로의 이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동사경넷을 통해서 동대문구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에게 ’사통팔달‘의 교통 인프라를 만들어온 셈이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현재의 동사경넷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경제 소모임들,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공간인 ’드 간데메‘ 등 새로운 발전과 성장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존재했지만, 이재남 이사장은 ’대나무 숲‘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뚜벅뚜벅 걸어왔다.
“사회적경제라는 영역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만큼이나 공공과 공익, 그에 연결된 가치를 실천하는 것에 주력하는 영역입니다. 따라서 더 많은 조직들이 함께 할수록 더욱 강력한 유대감과 동지의식을 공유할 수 있어요. 아무리 유연한 대나무라도 한 그루밖에 없으면 센 바람에 그냥 날아가 버립니다. 하지만 여러 나무들이 한 데 모여서 숲을 이루면 폭풍이 와도 잠깐 흔들릴 뿐, 뿌리가 뽑히지는 않죠. 작은 나무들, 이제 막 줄기가 자라기 시작한 나무들일수록 함께 모여야 서로를 지탱하고 의지하면서 더 잘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 사이‘
동사경넷은 동대문구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모여서 함께 만들어가는 단체인 동시에 교류와 소통의 장이다. 큰 나무 한 그루 키우겠다고 ’밀어주는‘ 투자자들의 조직이 아니라 ’여기 모인 우리 모두 다 함께 잘 되자‘라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중심에 둔 조직이다. 이 맥락에서의 상부상조란 단지 사업적 ‧ 물질적 차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대외적인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 서로 힘들어 할 때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 사이‘를 만드는 것 또한 아우르는 개념이다.
“누구나 한 자리에서 10년쯤 일을 하면 문득 스스로에게 의구심이 들 때가 있기 마련이죠.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 작지 않은 회의감이 들면서 힘들어질 때가 찾아옵니다. 갑자기 세찬 비가 쏟아지는 거죠. 그럴 때에 우산을 씌워줄 동료가 있는 것도 좋지만, 곁에서 함께 비를 맞으며 묵묵히 걸어주는 동료만 있어도 아주 큰 위안이 돼요. 동사경 센터가 생기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동료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만나게 된 것 같아 뿌듯하고, 최근영 동대문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의 추진력을 뒷받침해준 배경이 되었던 것도 기쁜 일이죠. 우리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을 사람들이 힘들지 않게 일할 수 있는 탄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