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같은 영어공부’…청년 스타트업 ‘렛츠고쿠디’
높은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을 실력 키우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이라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해나갈 것인가, 안정된 미래를 위해서 대기업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에 올인 할 것인가. 아직도 수많은 청년들이 마치 햄릿처럼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매순간 자문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은 우리네 청년들의 초상이다.
청년들의 도전정신, 창의성, 의지 등을 통한 창업과 이를 통한 국가경제의 발전, 일자리와 성장 동력 창출을 논하는 각종 표어 및 정책들을 기회 삼아 용감하게 외줄타기를 선택했어도 ‘이제 마음의 짐을 덜었다’라며 안심할 수는 없다.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나 아이템을 갖고 있어도, 해결 못할 문제가 없을 듯한 ‘어벤져스’ 급의 팀원들이 모였어도 한순간의 사소한 실수나 오판 한 번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창업은 꿈이지만, 사업은 현실이다. 창업은 언젠가 닿고 싶은 이상향이지만, 사업은 매일 머리를 쓰며 발로 뛰어야 되는 정글이다.
동대문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지원에 힘입어 ‘렛츠고쿠디(이하 ’쿠디‘)’를 창업한 박종혁 대표 또한 한국의 여러 청년 창업가들처럼 오늘도 꿈과 현실 사이에서 열심히 균형을 잡으며 정글을 헤쳐 나가는 중이다.

박종혁 렛츠고쿠디 대표(左), 김홍구 기자(右) / 2019년 11월 13일 렛츠고쿠디 사무실
‘영어근육통’을 치료할 처방전
지난 2017년, 박 대표는 멕시코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동안 영어 공부를 미뤄왔던 대가를 호되게 치러야만 했다.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도 쓸 수 없어서 한국에서 온 ‘이방인’으로 지내는 날이 점점 길어지니 자신이 벙어리가 된 것 같은 우울감까지 느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다’는 절박함에 박 대표는 필사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외국인 친구들이 여는 파티에는 빠짐없이 참석해서 공부한 내용들을 써먹었다. 그리고 ‘파티 팍(Party Park)’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만큼 전력을 다했던 그날들을 통해 박 대표의 영어 실력은 친구들과 멕시코 여행을 다닐 만큼 향상될 수 있었다.
외국어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문법보다 회화이고, 이론보다 실습일 것이다. 따라서 ‘교과목’ 또는 ‘시험’을 위해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는 외국어와 ‘현지 적응’을 위해 사람들과 어울리고 익혀가는 외국어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 차이를 체감한 박 대표가 귀국 이후 떠올린 아이디어는 ‘코리안 버디(buddy; 친구)’를 줄인 말인 ‘쿠디’로 구체화되었다.
“저희는 외국인과 한국인의 대면, 그리고 소통을 통해 서로의 언어와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면서 일하는, 이른바 ‘대한외국인들’이 ‘튜터’가 되고, 영어 회화 실력을 키우는 한편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싶은 한국인들이 학생이 되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거죠.”
언뜻 보면 외국인 교사가 운영하는 스터디 모임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박 대표의 경험에서처럼 외국어는 ‘공부’가 아니라 ‘경험’으로 접근할 때에야 비로소 온전한 언어로 이해되고 터득될 수 있다.
그래서 쿠디의 학습 프로그램은 ‘액티비티’를 통해 진행된다. 튜터들은 자신의 인상에 깊이 남은, 또는 현재에도 즐기는 한국의 문화나 장소를 중심으로 4회 가량의 여행, 또는 관광 코스를 쿠디와 함께 기획한다. 완성된 코스는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 같은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고, 각각의 튜터가 제시하는 코스를 훑어보며 흥미를 느낀 한국인들은 소수정예의 현장학습 모임을 이루게 된다. 모임에서 나누는 모든 대화는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하지만, 모임의 시간과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차 영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처럼 여행의 ‘활기’와 외국어 습득의 ‘만족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것, 영어를 죽도록 공부해야 되는 대상이 아니라 소소한 취미활동처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영어근육통’을 치료하기 위한 쿠디만의 처방전인 것이다.
‘우리’와 ‘너희’ 사이의 경계 허물기
그런데 사실 현재 론칭을 앞둔 쿠디의 사업 아이템은 지난 7월에 피버팅(pivoting; 사업방향 전환)을 거친 결과물이다. 초기 사업 형태는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TV 프로그램, 에어비앤비의 ‘익스피리언스 패키지(experience pakage)’ 등에서 착안한 ‘여행메이트 공유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발자국을 떼자마자 박 대표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절감해야만 했다.
“홍보에 한참 열을 올리던 때였는데, 저희랑 비슷한 아이템을 가진 업체들이 하나씩 늘어나더라고요. 저는 제 아이디어가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미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저희의 메리트가 그들보다도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대로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대대적인 회의를 통해서 피벗팅을 결정했습니다.”
피벗팅의 과정은 쿠디의 사업 방향은 물론 재외국인들에 대한 박 대표의 관점, 태도, 지식 등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한국어에 능숙해진 재외국인들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이방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눈에는 식상하거나 고루하게 보이는 일상의 풍경들에서 소소한 감동을 느끼는 ‘새로운 현지인’이나 다름없었다.
“많이 개방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구분하기’의 정서, 혹은 태도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우리(us)는 한국인, 너희(them)는 외국인 같은 식으로 말이죠. 그런 차이가 서로에 대한 이해를 제한해서 편견이나 혐오를 조장할 수도 있고, 예상 못한 차별을 만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여행의 활기와 영어 스터디의 보람을 접목한 사업을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을 비전으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해변’으로 돌아올 수 있는 몸과 마음 만들기
지난 2017년에 작고한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사회를 “액체처럼 유동하는 세계”로 표현한 바 있다. 개개인의 정체성이나 사회제도 등이 극도로 유연화 되어 마치 액체(liquid)처럼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극단적인 안정성을 추구하거나 필사적인 도전을 통해 현실을 개선하려 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을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된 ‘청년 창업’ 역시 이러한 ‘액체 사회’의 결과일 수 있다.
2019년 현재, 정부에서 창업지원에 투입한 예산은 1조1,180억 원으로 지난해의 7796억 원에 비하면 무려 43%나 증가했으며, 이 중에서 정부가 특히 중점을 두고 의욕적으로 지원하는 분야는 청년 창업이다. 전국 각지에서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용시설, 각종 지원 정책과 관련 공모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 대표 역시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창업 선배’가 된 청년 중 한 명이다. 그는 현재의 창업지원제도나 정책들이 조금 더 실용적인 차원을 강화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일단 창업에 가장 필요한 세 가지는 자본금, 사무 공간, 그리고 네트워킹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네트워킹의 경우 창업 7~8년차 선배 분들과 자연스럽게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식적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저희처럼 이제 막 시작한 회사가 목표로 삼은 성장지점을 통과하고, 어떤 방향으로 스케일 업을 할지 문턱에 서서 궁리하시는 분들이거든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 동안 어떤 어려움을 겪을 것인지, 어떤 의도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것이며 그 중에서 악의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 정책이나 시스템을 통해서는 배울 수 없는 ‘실전 노하우’에 대한 갈증은 모든 창업 새내기들의 요구(needs)일 것이다. 그리고 박 대표는 이를 ‘파도타기’에 비유했다.
“예전에 친한 선배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업을 하다 보면 정말 높은 파도가 올 텐데, 그때 네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 파도를 놓치거나 겨우 올라탔어도 금방 휩쓸려서 익사할 거라고요. 저희는 이제 막 서핑보드를 만들고, 작은 파도부터 조금씩 타보는 단계에 있죠. 파도를 타는 데에 실패해도 해변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몸과 정신을 만들어가는 게 첫 번째 목표입니다.”

쿠디의 유튜브 티저 영상 中 (youtu.be/upsVcd9kXss)
‘여행 같은 영어공부’…청년 스타트업 ‘렛츠고쿠디’
높은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을 실력 키우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이라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해나갈 것인가, 안정된 미래를 위해서 대기업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에 올인 할 것인가. 아직도 수많은 청년들이 마치 햄릿처럼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매순간 자문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은 우리네 청년들의 초상이다.
청년들의 도전정신, 창의성, 의지 등을 통한 창업과 이를 통한 국가경제의 발전, 일자리와 성장 동력 창출을 논하는 각종 표어 및 정책들을 기회 삼아 용감하게 외줄타기를 선택했어도 ‘이제 마음의 짐을 덜었다’라며 안심할 수는 없다.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나 아이템을 갖고 있어도, 해결 못할 문제가 없을 듯한 ‘어벤져스’ 급의 팀원들이 모였어도 한순간의 사소한 실수나 오판 한 번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창업은 꿈이지만, 사업은 현실이다. 창업은 언젠가 닿고 싶은 이상향이지만, 사업은 매일 머리를 쓰며 발로 뛰어야 되는 정글이다.
동대문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지원에 힘입어 ‘렛츠고쿠디(이하 ’쿠디‘)’를 창업한 박종혁 대표 또한 한국의 여러 청년 창업가들처럼 오늘도 꿈과 현실 사이에서 열심히 균형을 잡으며 정글을 헤쳐 나가는 중이다.
박종혁 렛츠고쿠디 대표(左), 김홍구 기자(右) / 2019년 11월 13일 렛츠고쿠디 사무실
‘영어근육통’을 치료할 처방전
지난 2017년, 박 대표는 멕시코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동안 영어 공부를 미뤄왔던 대가를 호되게 치러야만 했다.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도 쓸 수 없어서 한국에서 온 ‘이방인’으로 지내는 날이 점점 길어지니 자신이 벙어리가 된 것 같은 우울감까지 느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다’는 절박함에 박 대표는 필사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외국인 친구들이 여는 파티에는 빠짐없이 참석해서 공부한 내용들을 써먹었다. 그리고 ‘파티 팍(Party Park)’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만큼 전력을 다했던 그날들을 통해 박 대표의 영어 실력은 친구들과 멕시코 여행을 다닐 만큼 향상될 수 있었다.
외국어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문법보다 회화이고, 이론보다 실습일 것이다. 따라서 ‘교과목’ 또는 ‘시험’을 위해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는 외국어와 ‘현지 적응’을 위해 사람들과 어울리고 익혀가는 외국어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 차이를 체감한 박 대표가 귀국 이후 떠올린 아이디어는 ‘코리안 버디(buddy; 친구)’를 줄인 말인 ‘쿠디’로 구체화되었다.
“저희는 외국인과 한국인의 대면, 그리고 소통을 통해 서로의 언어와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면서 일하는, 이른바 ‘대한외국인들’이 ‘튜터’가 되고, 영어 회화 실력을 키우는 한편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싶은 한국인들이 학생이 되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거죠.”
언뜻 보면 외국인 교사가 운영하는 스터디 모임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박 대표의 경험에서처럼 외국어는 ‘공부’가 아니라 ‘경험’으로 접근할 때에야 비로소 온전한 언어로 이해되고 터득될 수 있다.
그래서 쿠디의 학습 프로그램은 ‘액티비티’를 통해 진행된다. 튜터들은 자신의 인상에 깊이 남은, 또는 현재에도 즐기는 한국의 문화나 장소를 중심으로 4회 가량의 여행, 또는 관광 코스를 쿠디와 함께 기획한다. 완성된 코스는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 같은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고, 각각의 튜터가 제시하는 코스를 훑어보며 흥미를 느낀 한국인들은 소수정예의 현장학습 모임을 이루게 된다. 모임에서 나누는 모든 대화는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하지만, 모임의 시간과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차 영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처럼 여행의 ‘활기’와 외국어 습득의 ‘만족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것, 영어를 죽도록 공부해야 되는 대상이 아니라 소소한 취미활동처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영어근육통’을 치료하기 위한 쿠디만의 처방전인 것이다.
‘우리’와 ‘너희’ 사이의 경계 허물기
그런데 사실 현재 론칭을 앞둔 쿠디의 사업 아이템은 지난 7월에 피버팅(pivoting; 사업방향 전환)을 거친 결과물이다. 초기 사업 형태는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TV 프로그램, 에어비앤비의 ‘익스피리언스 패키지(experience pakage)’ 등에서 착안한 ‘여행메이트 공유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발자국을 떼자마자 박 대표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절감해야만 했다.
“홍보에 한참 열을 올리던 때였는데, 저희랑 비슷한 아이템을 가진 업체들이 하나씩 늘어나더라고요. 저는 제 아이디어가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미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저희의 메리트가 그들보다도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대로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대대적인 회의를 통해서 피벗팅을 결정했습니다.”
피벗팅의 과정은 쿠디의 사업 방향은 물론 재외국인들에 대한 박 대표의 관점, 태도, 지식 등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한국어에 능숙해진 재외국인들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이방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눈에는 식상하거나 고루하게 보이는 일상의 풍경들에서 소소한 감동을 느끼는 ‘새로운 현지인’이나 다름없었다.
“많이 개방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구분하기’의 정서, 혹은 태도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우리(us)는 한국인, 너희(them)는 외국인 같은 식으로 말이죠. 그런 차이가 서로에 대한 이해를 제한해서 편견이나 혐오를 조장할 수도 있고, 예상 못한 차별을 만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여행의 활기와 영어 스터디의 보람을 접목한 사업을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을 비전으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해변’으로 돌아올 수 있는 몸과 마음 만들기
지난 2017년에 작고한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사회를 “액체처럼 유동하는 세계”로 표현한 바 있다. 개개인의 정체성이나 사회제도 등이 극도로 유연화 되어 마치 액체(liquid)처럼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극단적인 안정성을 추구하거나 필사적인 도전을 통해 현실을 개선하려 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을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된 ‘청년 창업’ 역시 이러한 ‘액체 사회’의 결과일 수 있다.
2019년 현재, 정부에서 창업지원에 투입한 예산은 1조1,180억 원으로 지난해의 7796억 원에 비하면 무려 43%나 증가했으며, 이 중에서 정부가 특히 중점을 두고 의욕적으로 지원하는 분야는 청년 창업이다. 전국 각지에서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용시설, 각종 지원 정책과 관련 공모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 대표 역시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창업 선배’가 된 청년 중 한 명이다. 그는 현재의 창업지원제도나 정책들이 조금 더 실용적인 차원을 강화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일단 창업에 가장 필요한 세 가지는 자본금, 사무 공간, 그리고 네트워킹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네트워킹의 경우 창업 7~8년차 선배 분들과 자연스럽게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식적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저희처럼 이제 막 시작한 회사가 목표로 삼은 성장지점을 통과하고, 어떤 방향으로 스케일 업을 할지 문턱에 서서 궁리하시는 분들이거든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 동안 어떤 어려움을 겪을 것인지, 어떤 의도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것이며 그 중에서 악의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 정책이나 시스템을 통해서는 배울 수 없는 ‘실전 노하우’에 대한 갈증은 모든 창업 새내기들의 요구(needs)일 것이다. 그리고 박 대표는 이를 ‘파도타기’에 비유했다.
“예전에 친한 선배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업을 하다 보면 정말 높은 파도가 올 텐데, 그때 네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 파도를 놓치거나 겨우 올라탔어도 금방 휩쓸려서 익사할 거라고요. 저희는 이제 막 서핑보드를 만들고, 작은 파도부터 조금씩 타보는 단계에 있죠. 파도를 타는 데에 실패해도 해변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몸과 정신을 만들어가는 게 첫 번째 목표입니다.”
쿠디의 유튜브 티저 영상 中 (youtu.be/upsVcd9kX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