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토리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우리동네 이야기 , 문화플랫폼 시민나루

master2018.Dec.27
글쓴이 - 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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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강이나 내, 또는 좁은 바닷목에서 배가 건너다니는 일정한 곳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저 옛날에 나루를 오가던 배들은 상품도, 사람도, 서로 떨어진 마을 간의 이야기도 함께 실어 날랐을 것이다. 그 이야기들로부터 오늘날의 야사, 설화, 민담 등의 원형이 만들어졌을 것이고, 우리는 그 속에서 특정 시대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경제학을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으로 나눌 수 있듯이 역사 또한 연구와 서술의 범위에 의하여 '거시사''미시사'로 나뉜다. 전자는 역사와 관련된 정치, 문화, 사회 등의 여러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고, 후자는 특정 분야나 인물, 사건이나 시공간 등에 대하여 세밀하게 분석한다. , ‘촛불혁명은 대한민국의 2010년대에 우뚝 선 거시사에 속하고, 그때에 촛불을 들었던 시민 개개인의 이야기는 미시사에 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미시사는 SNS가 등장하고 발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로 이전에 없었던 질적 · 양적 성장을 이뤘다. 이는 곧 우리 동네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양한 뉴 미디어의 탄생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플랫폼 시민나루(이하 시민나루)’는 현미경처럼 동대문구의 미시사를 바라보고, 찾아내며, 사회적경제와 미디어라는 그릇에 담아보려는 이들이 모인 협동조합이라 정의될 수 있다.

흔히 서울 변두리의 낙후된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을 동대문구에서 이처럼 생소하면서도 독특한 도전을 시작한 협동조합계의 신인’, 시민나루의 미시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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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은 새로운 시작

 

시민협력 플랫폼은 서울시의 다양한 지원사업 중 하나이다. 뿔뿔이 흩어져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활동가들의 연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정책 및 행정과 동일선상에서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동대문구에서도 지난 20169월에 다섯 개 단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선정되어 1년 동안 운영을 했지만, 단체 간 갈등과 협업 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2년 차에 해체되었다. 그 이후, 서울시 지원사업의 틀을 벗어나서 당시에 진행했던 활동을 계속 이어가자는 데에 뜻을 모은 활동가들이 20189월에 설립한 협동조합이 바로 시민나루이다.

 

지원사업 없이 하려니 사업의 형태가 더 분명해질 필요가 있었고, 그때 생각한 게 소통과 참여의 도구인 공동체 미디어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을 해보니 우리가 참 어설펐다는 것을, 그저 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그래서 다시 논의를 한 끝에 우리의 전문성을 제고하며 더욱 체계적으로 활동하기 위한 조직으로써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거예요.”

 

심소영 대표의 말처럼 시민나루는 공동체 미디어를 통해서 동대문구의 기록을 모으고 남기는 협동조합이다. 현재 구성원은 심소영 대표, 트렌드 리서치 전문가, 영상제작자, 마을 통장, 공공정책 연구자, () 도서관 관장,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등 총 일곱 명이다. 비록 종사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모두 동대문구 주민이라는 공통점과 강력한 유대감을 공유하며 교육, 영상 및 팟캐스트 제작, 그리고 동대문구의 미시사를 담을 잡지 제작 등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첫 번째 결실이 될 시민나루는 오는 1210일에 창간준비호를 발행할 예정이다.

 

 

 

주민들의, 주민들에 의한, 주민들을 위한 미디어

 

 

 

이번 창간준비호에서는 2~3페이지에 걸쳐 그 동안 지역의 주민 10여 명과 나눈 인터뷰를, 최근 동대문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 이슈 등을 다룰 예정이다. 그리고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기획기사는 가칭 동대문구 마을 지도이다. 얼핏 들으면 정책 · 행정기관에서 흔히 만들 법한 아이템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의 눈길과 손길은 그러한 전형성을 탈피한 참신한 기획을 통해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형태를 그려내고 있었다. 어쩌면 이 지도는 동대문구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 그 동안 모은 온갖 정보를 담은 일종의 내비게이션이 될 수도 있으리란 기대감이 들었다.

 

시장이나 도서관처럼 특정한 지역이나 주제를 다룬 지도들은 있는데, 이런 내용들을 다 같이 다루는 지도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동대문구의 동네들을 잇는 마을버스나 대중교통 종류에 대한 안내 등을 기반으로 이전에 부족했던 실용적인 내용을 담은 지도를 만들려고 해요. 저희가 이번에 다루는 장소는 휘경동인데, 휘경 2동의 경우에는 청량리나 이문동에 비해 교통 접근성이 떨어져요. 그리고 이런 데에서 비롯되는 각 지역들의 세세한 특성은 동대문구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라면 쉽게 알 수가 없어요.”

 

이처럼 동대문구에 대한 소속감과 연결성은 시민나루의 출발점인 동시에 활동의 근간을 이루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동력은 오직 이곳의 주민들과 그들이 만들어온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미시사를 이루는 소소하면서도 소중한 구성요소가 된다. 따라서 미시사는 부모, 친척, 친구 등 거시사의 물길 위를 잠시 스치는 아주 작은 물방울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다룰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시사 기록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자료원(resource)’을 확보하기 위해 발 벗고 뛰는 노력과 그에 기반을 둔 데이터 수집 작업이다. 물론 시민나루의 구성원들 또한 동대문구의 주민들이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다룰 수 있는 이야기의 깊이와 종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민나루는 이러한 질과 양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으로 마을 기자단의 모집과 운영을 구상 중에 있으며, 이번 창간준비 호에서 정식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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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이 온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미디어는 차고 넘치도록 많다. 현대의 언론사들이 쏟아내는 뉴스는 물론 시간을 수백 년 전으로 돌려보면 조선왕조실록 같은 거시사 기록도 그에 포함될 것이다. 그에 비하자면 나, 당신,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모으는 미디어는 과거에나 지금에나 여전히 부족하다. 심 대표는 이에 대해 로컬(local)이라는 시장의 사업성 문제뿐만 아니라 사람이 갈려나가야 일이 된다고 여기는 것 같은 기존의 미디어 분야, 시민사회활동 분야의 오랜 관행과 고정관념을 거론했다.

 

우리 동네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다루는 뉴 미디어들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페이스북에만 18백 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 휴먼스 오브 뉴욕(Humans of New York), 미국 북서부 포틀랜드 지역에 사는 어느 부부가 동네 사람들과 함께 자신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공유하며 시작한 킨포크(Kinfolk)’, 홍대의 풍경과 문화를 담아온 스트리트 H’ 등이 있다. 만일 이들이 에디터, 또는 활동가들을 무자비하게 갈아 넣는자학적이고 파괴적인 환경 속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소소하면서도 혁신적인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을 것이다.

 

저는 우리 사회가 어떤 변곡점에 아주 가까워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이상 대기업 회사원, 공무원 등의 직종만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개인이 자신의 동네에서 살며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이 더 많아질 필요가 있어요. 아직 동대문구 측에서는 큰 관심이 없지만, 서울의 여러 구에서 사람이나 공간, 장소 등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기록으로 만들고 남기는 사업에 예산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저 개인적인, 사소하기만 한 이야기들도 이제 어엿한 미디어 콘텐츠가 되는 시대가 온 거죠. 그래서 저희도 2년 안에 오직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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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콘텐츠의 주체가 되는 날까지

 

 

 

시민나루는 잡지, 영상, 팟캐스트 등을 통한 미디어 사업과 함께 이와 연관되는 다양한 교육사업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그 목적은 기존의 일방적인 강의식 교육이 아니라 참여자 개개인의 취향과 재능에 맞는 책읽기, 원예, 영화감상 및 토론 등의 소모임을 통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사업들의 터전이 될 곳은 동대문구이며, 그 장의 주인이 될 사람들은 동대문구의 주민들이다. 그들이 지금 여기에서 소소하게 자기가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미디어라는 큰 틀 속에서 자기의 역사를 소박하게나마 기록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것. 심 대표는 그것이 시민나루의 최종목표임을 역설했다.

 

신설동에서 태어나 회기동에서 자랐고, 20대 때부터 휘경동에서 자취를 시작한 이후 요즘도 이문동의 단골식당들과 카페들을 오고 가는 순도 100% 동대문구 토박이로서 그 누구보다도 열렬히 심 대표와 시민나루를 응원한다.